아르헨티나가 겪은 경제난 역사 정리...

좌파 포퓰리즘 하다가 망한 나라 3대장이 

그리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이다. 

한국인들은 그리스와 베네수엘라의 문제점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는 원조 포퓰리스트 후안 페론까지만 알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대해 공부하기 어려운 이유는 

워낙 경제난이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에 

어느 한 시대만을 딱 집어서 집중적으로 학습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경우는 파판드레우 정권,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차베스-마두로 정권)

게다가 21세기에 아르헨티나는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의 룰라 정권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이러한 사정들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경제정책 실패 사례들의 교과서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관심을 덜 받고 있다.

여기서는 후안 페론이 죽은 다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자.

1. 1975: 로드리가소(Rodrigazo)의 시대

이사벨 페론 대통령 때 도입된 아르헨티나판 소득주도 경제성장 El Rodrigazo에 대한 참조

참조 포스팅: http://jinanmuzik.tistory.com/480

2. 1983-1991: 아우스트랄(Austral) 화폐 시대

아르헨티나의 악명 높던 군사정권이 

포클랜드 전쟁에서의 패배로 인해 붕괴했고 1983년 민정이양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첫 민정 대통령으로는 라울 알폰신(Raul Alfonsin)이 취임했다.

알폰신 정권은 만성적인 물가상승을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화폐가 아우스트랄이다. 

1아우스트랄은 1000페소의 가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화폐개혁은 자본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시켰으며 

알폰신 정권은 돈을 더 찍어내는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오히려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결국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아우스트랄 화폐는 1991년 폐지되고 다시 페소로 돌아간다.

3. 1991~2002: 고정환율의 시대

아우스트랄 폐지를 결정한 칼로스 메넴 대통령은 1페소=1달러의 고정환율제를 도입했다.

메넴 정권은 고정환율제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고 경제성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제조업은 이미 노짱을 따라간지 오래였고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는 고정환율에 의해 계속 커질 뿐이었다.

거기에 아르헨티나 정부의 본래 막대한 예산은 줄어들지 않았고 

외환보유고는 급속히 줄어들었다. 

결국 고정환율제는 아르헨티나 기업들에게 결정적인 타격이 가하게 되었다.

4. 1998~2002: 카세로라소(cacerolazo)의 시대

고정환율제를 도입한 칼로스 메넴 정권은 결국 대공황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1998년 아르헨티나에서는 기업들이 줄도산하는 경제난이 찾아왔고 메넴 정권은 종말을 고했다. 

메넴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페르난도 델라 루아는 IMF가 요구하는대로 다시 변동환율제로 바꾸었다. 

하지만 경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그 와중에 루아 정권이 은행에서 예금을 찾는 액수를 규제하자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결국 루아 대통령은 2000년 사임했다. 

그 뒤를 이은 아돌포 사아 대통령은 디폴트를 선언하겠다고 말했다가 

의회의 반대를 받고 불과 7일만에 사임했다. (12월23일에 취임해서 30일에 사임함.) 

그리고 의회는 에두아르도 두알데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야말로 망국의 순간이었다. 

가난에 고통받은 시민들은 텅텅 빈 냄비를 길거리에서 두드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것을 카세로라소라고 부른다. 

두알데 대통령은 한가지 행운을 누렸다. 

2년 이상 지속된 대공황에 노조가 경제개혁에 동의하고 나섯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두알데는 페소화의 평가절하에 성공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역사에서 처음으로 공공지출을 줄이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경제가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 장하성, 보고 있나?

▼7일만 집권한 아돌포 사아 대통령

▼에두아르도 두알데

5. 2003~2015 부활한 후안 페론의 망령

두알데 대통령이 물러나고 '페론장학생'들로 불리던 사회주의자들이 다시 권력을 잡았다. 

그들은 다시 정부 지출을 늘리기 시작했으며 

정부의 복지 프로그램을 대가로 표를 요구하는 포퓰리즘을 다시 도입했다. 

그들은 구조조정이나 월급인상 동결 등의 정책들을 

미국의 음모로 몰아갔으며 결국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다시 시행했다.

네스토르 키르치너(2003-2007), 

그리고 키르치너가 병으로 사망하자 그의 부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대통령이 되었다. 

약 12년간 좌파정권이 들어선 아르헨티나 경제는 다시 운지했다.

▲아르헨티나의 네스토르 키르치너, 브라질의 룰라,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세놈 모두 나라를 말아먹었다.

▲아르헨티나에 포퓰리스트 정권을 다시 세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2008년에 미국발 외환위기를 겪은 아르헨티나인들은 

앞다투어 페소를 달러로 바꾸려고 했다. 

외환보유고가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한 페르난데스 정권은 

2011년에 페소화를 달러로 바꾸지 못하게 하는 외환 통제법을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아르헨티나 기업들이 줄도산을 맞았고 

아르헨티나는 베네수엘라, 브라질과 더불어 다시 경제난을 맞은 나라로 꼽히게 된다.

2015년 아르헨티나는 우경화를 택한다.

친시장주의자 마우리시오 마크리가 대선에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크리가 제일 먼저 실시한 정책은 외환 통제를 폐지한 것이었다.

하지만 복지정책을 축소하려는 마크리의 개혁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반발을 불렀고

마크리 행정부는 개혁 속도를 늦추겠다며 타협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는 현상만 가져왔다.

게다가 2017년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달러 강제 정책에 따른 

페소화 가치 절하 등 악재가 겹쳐 결국 아르헨티나는 

2018년 9월4일,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되었다

아르헨티나 정치의 특징은 정부 정책에 개입하는 이익집단이 너무 많고 

정부가 그 이익집단과의 거래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즉, 포퓰리즘이 뿌리내릴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갖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개혁을 추진할 의욕이 없는 만성적인 무기력증에 시달린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아르헨티나의 정치는 (총리들이 1년만에 알아서 사임했던) 일본의 좌파정권 시절을 연상케한다. 

일본에서 아베 신조가 등장하며 무기력증을 타파한 것처럼 

마크리 대통령도 아르헨티나의 무기력증을 타파하려고 노력 중이다.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에도 차이점이 있다. 

둘다 포퓰리즘이 뿌리내린 나라들이지만 

베네수엘라 정권은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하는 '포퓰리즘 독재'이고 그 결과 식량난과 물자난이 발생했다. 

아르헨티나 정권은 포퓰리즘을 통해 자기들만 이익을 보고 나면 

사회문제를 그냥 해결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는 무능한 정권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는 엄청난 빈부격차를 겪고 있으며 

그 빈부격차가 오히려 포퓰리즘만 강화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가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개돼지의 나라가 된 배경에는 

'작은 정부'를 학습할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아르헨티나가 정부 지출을 축소한 것은 1998년~2002년까지의 짧은 기간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3년 다시 좌파정권에게 권력을 넘겼다. 

아르헨티나의 민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낮으며 이것도 아르헨티나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아르헨티나는 수차례 경제위기를 겪었고 수많은 국민들이 빈민으로 전락했지만 

그럼에도 베네수엘라 같은 혼란은 없는 편이다. 

포클랜드 전쟁을 제외하면 아르헨티나를 둘러싼 외교면에서의 변화가 거의 없어 

외부요소가 안정적이라는 점이 꼽힌다. 

그리고 농업과 목축업이 발달했고 

정부가 시장에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베네수엘라 같은 식량난은 없다. 

출처: 아르헨티나가 겪은 경제난 역사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