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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진열장/축구 이야기

1992년의 여름... 덴마크 유로컵 이야기

by JiNan's 2019.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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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6월 스웨덴에서 열리는 유로 92 (1992 UEFA European Football Championship)는

이미 예선에서 탈락한 덴마크에겐 옆 나라에서 열리는 구경거리일 뿐 이었다.
하지만 UN의 제재 결정으로 당시 내전 중이던 유고슬라비아의 국제 대회 참가가 배제되자

예선에서 탈락한 덴마크가 대신 출전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리하르트 닐센 덴마크 감독

이미 시즌을 끝내고 전세계의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선수들을 소집해야 하는

리하르트 닐센 덴마크 대표팀 감독조차 덴마크의 대리 출전 소식을 믿지 않았다.

'이거 몰래 카메라 맞죠?' 그의 첫 반응이었다.

갑작스런 소집 연락을 받은 덴마크 대표팀 선수들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

연락을 받자 장난으로 여기고 아예 잠수를 탄 선수들도 있었다.

당시 바르셀로나의 주전으로,

후엔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며 스페인 라리가 우승컵을 5번이나 들어올렸던

덴마크의 대표 선수 미카엘 라드룹은 처음엔 장난으로 여겼고

나중엔 감독과의 불화를 이유로 아예 대표팀 참가를 거부했다.

1992년 덴마크 축구 국가대표팀

결국 소집된 덴마크 대표팀은 훈련 계획도, 상대 팀들에 대한 분석 및 전략도, 아무 것도 없었다. 
단지 경기가 열리는 스웨덴의 축구장에 나가서 볼을 차면 무슨 수가 생기겠지라는 막연한 상태였다.
그런데 본선 같은 조에서 상대할 팀들은

개최국 스웨덴잉글랜드프랑스로 덴마크가 승리를 바랄 수 있는 상대가 한 팀도 없었다.

킴 빌포르트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킴 빌포르트는

들러리 신세로 유로컵에 참가하는 덴마크 대표팀에 합류할 생각이 없었고

게다가 그의 딸인 7살 린은 소아암으로 코펜하겐의 병원에서 투병 중이었다.

언제 올 지 모르는 사랑하는 딸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기 위해

빌포르트는 병원에 머무르며 딸 곁에 남아있기를 원했으나

딸 린과 아내 미나는 아빠가 덴마크 국가대표로 경기에 참가하여 TV로

자랑스런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원했다.

빌포르트는 대표팀에 합류하며

딸의 상태에 따라 언제라도 코펜하겐의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원했고

그의 상황을 알고 있던 감독과 동료 선수들은 모두 이에 적극 동의한다.

빌포르트와 그의 딸 린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덴마크 영화 '92년의 여름'의 한 장면

덴마크는 본선 1조 첫 경기인 잉글랜드 전은 0-0 무승부, 2차전은 개최국 스웨덴에 0-1로 패한다.  

 

2차전 스웨덴 전의 전반이 끝난 후

딸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다는 아내 미나의 연락을 받은 빌포르트는

코펜하겐으로 떠나고 조별 경기 마지막 경기인 프랑스 전을

소아암 병동에서 딸과 다른 소아암 환자들 및 보호자들과 TV로 시청하게 된다.

1조 마지막 경기에서

정말 어려운 상대인 프랑스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는

덴마크 팀을 TV로 응원하며 잠시나마 병을 잊고 행복해 하는 아이들과 보호자들

그리고 딸 린과 아내를 보면서 빌포르트는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다시 대표팀으로 돌아가길 결정한다.

4강전 상대는 반 바스텐, 굴리트, 라이카르트, 베르크캄프의 팀 네덜란드였다.
 라르센의 2골로 앞서가던 덴마크는

베르크캄프와 라이카르트에게 골을 허용하고 2-2로 연장을 포함 정규 시간을 끝낸다.

이제 승부차기,

네덜란드의 2번째 키커 반 바스텐이 실축하고

덴마크의 4번째 키커로 나선 빌포르트가 성공,

마지막 키커 크리스토프트도 성공하며 덴마크는 결승에 진출한다

독일과의 결승전은 나흘 후.

빌포르트는 다시 코펜하겐의 소아암 병동의 딸 린 곁으로 간다.

딸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빌포르트는 더 이상 경기에 나서지 않고 딸 곁을 지키겠다고 하였으나

암병동의 어린 환자들부터 보호자들까지

모두 빌포르트가 스웨덴으로 돌아가 독일과의 결승전에 나서 주길 요청한다.

그의 딸 린과 아내 미나 역시 아빠가 결승에서 뛰는 모습을 보길 원하고 있었다.

울레비 경기장
골을 넣는 빌포르트

독일과의 결승전이 열리는 스웨덴 예테보리의 울레비 경기장.
전반 18분 옌센의 골로 앞서가던 덴마크는

빌포르트가 경기 종료 11분 전 골을 추가하며 2-0으로 승리

덴마크 축구 사상 최초로 유로컵의 주인이 된다.

독일과의 결승전 종료 휘슬이 울린 후 기뻐하는 덴마크 국가대표 선수들
유로 92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킴 빌포르트

킴 빌포르트의 딸 린은 아빠가 결승전에서 골을 넣는 걸 보고

며칠 후 아빠가 지키고 있는 코펜하겐의 병상에서 숨을 거둔다.

살아있던 마지막 며칠 간 린은

자신에겐 얼마나 자랑스런 아빠가 있는 지를 주위에 쉴 새 없이 말하곤 하였다.

 

1992년 여름

덴마크의 기적과 같은 유로컵 우승은

7살 린 빌포르트가 원하던 마지막 동화책 같은 순간이었고

린은 그 순간을 다 즐긴 후 떠났다.

린이 죽고 1년 후 킴 빌포르트 부부는 딸 리케를 출산했다.

 

 

 

 

출처: [묻재업] 1992년의 여름. 덴마크 이야기 feat. 유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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